며칠 새 요란하던 추위가 한풀 꺾였지만, 다시 추워지며 겨울의 냄새는 더욱 짙어져 갑니다. 편의점 한편에선 군고구마 냄새가 피어오르고, 거리엔 캐럴이 들리죠. 백화점들은 크리스마스 단장을 마친지 오래입니다. 겨울의 길목에 닿았습니다. 곳곳마다 눈이 흩날리겠지요. 그리고 겨울이 왔으니, 새로운 봄도 머지않았을 겁니다. 건강한 도시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도시문화기업 유니언플레이스의 큐레이션 레터 [유니언레터]💌 오늘도 즐겁고 유익한 이야기들로 겨울의 문을 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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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의 꿈
바로 어제 치러진 수능은 어쩌면 꿈으로 향하는 첫 관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겐 높은 점수와 등급을 받고, 좋은 대학에 가서 멋진 직업을 가지면 마침내 꿈이 이뤄지는 것일 테니까요.
EBSi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최태성 강사는 그의 저서 <역사의 쓸모>에서 직업 즉, 명사형이 아닌 동사형의 꿈을 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곤 같은 법관이었지만 동사형의 꿈을 이루고자 다른 선택을 한 독립운동가 박상진과 매국노 을사오적의 이야기를 이어 나가죠.
박상진은 '법을 모르는 평범한 이들을 돕고 정의를 증명하는 사람이 되겠다'라는 동사형의 꿈을 꾸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는 선량한 조선인을 피고인석에 앉히고 부정한 판결을 하게 만드는 일제의 탄압에 저항해 법관 대신 독립운동가의 길을 걸었죠. 일제에 순응했다면 마찬가지로 법관이었던 을사오적처럼 보장된 삶을 살았을 테지만, 그는 중요한 순간에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아마도 그가 꾸었던 꿈에 기인한 결정이었을 테죠.
최태성 강사는 "명사의 꿈이 달성되고 나면 공허함이 자리를 메우고, 그 공허함은 중요한 기로 앞에서 그릇된 선택을 하게 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꿈이 동사여야 한다고 강조하죠. 흔들리지 않고 꿈의 본질을 지켜 나가기 위해서요.
며칠 전 야구계에 큰 뉴스가 있었죠. 바로 29년 만에 한국 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LG 트윈스의 소식인데요.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린 분들이 유니언레터 독자분 중에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LG 트윈스의 우승과 관련해 故 구본무 회장이 MVP에게 주기로 한 롤렉스 시계 등 다양한 화제거리가 생겼지만, 역시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MVP로 선정된 오지환 선수가 아닐까 합니다.
2009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오지환 선수는 2023년 현재 팀의 주장으로 활약하며 KS 우승을 이끈 '원클럽맨'입니다. 15년째 LG와의 돈독한 의리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팀 내 선후배들을 잘 챙기기로도 유명한데요, 타석에 서고파 하는 후배를 대신 타석에 오르게 하는 배려심과 후배들에게 기꺼이 조언을 구하고 반영하는 겸손함도 갖췄죠.
우승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선후배 선수, 스태프, 팬을 향한 감사의 인사와 함께 "LG 트윈스 역사의 상징성을 가진 롤렉스 시계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싶다."라고 말한 그의 모습 역시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야구에 흥미가 없던 사람들조차 관심을 갖게 만든 '주장의 품격'. 오지환 선수의 매력이 빛난 영상을 아래 링크에서 만나보세요!
넷플릭스 화제의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드라마엔 공황장애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이 "현대인의 절반은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간다. 드라마를 보며 심적 위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할 만큼 정신 질환은 현대인에게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병이 되었죠.
그럼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마음의 병을 안고 살까요? 이에 대해 임상심리학자 김도연 교수는 "현대인이 겪는 마음의 병 중 다수가 스스로에게 매우 가혹해서 발생하거나 악화된다."라고 말합니다. 타인에겐 끝없이 관대하고 너그러우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겐 너무 엄격하기 때문에 탈이 난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에게 더 친절해지라고 조언합니다. 내면에 귀 기울이고 타인에게 친절하듯 스스로에게 친절을 베풀면 우리의 마음에 '아침'은 분명 찾아온다는 것이죠.
어색하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늘부터라도 나에게 너그럽고 친절한 말을 건네며 마음을 돌보는 것은 어떨까요?
로컬 창작자와 함께하는 플리마켓 <선유-니언 마켓>이 11월 17일 오늘 열립니다. 2주 전 우천으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어 많이 아쉬웠는데요 😪 이번엔 더 풍성한 즐길 거리와 볼거리로 돌아온다고 하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선유-니언 마켓은 1회 연장해 11월 27일에도 진행됩니다.)